머리말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소수의 사람들이다. 때로는 엉뚱한 생각을 하는 발명가와 탐험가 그리고 시민 혁명을 이끈 몇 명의 천재들이 없었다면 인류는 오늘의 문명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분명한 것은 오랜 세월 축적된 인간들의 상상과 집념이 산업 혁명의 원동력이 되었고, 그것의 성공은 곧 선진 국가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이야 우리가 기술 경영이 인정받는 부유한 나라에 살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다산 선생이 살다간 1800년대 조선은 참으로 암울한 국가였다. 일자리는 오로지 출세, 즉 공직에 나가는 것이 전부인 나라였다. 그것도 신분제로 인해 지극히 제한적이었지만 출세하여 권력이 생기면 가난한 사람을 종으로 만들어 대대손손 이들의 인권을 빼앗았고, 상공업과 노동이 천대받는 사회를 고착화시킨 희망 없는 나라였다.
만약 조선 정조 시대에 정약용의 학문, 경세치용(經世致用)을 일찍이 받아들여 나라의 근간으로 삼았다면 조선은 어떻게 변했을까? 비슷한 시기, 미국은 독립하였고 영국에서는 산업 혁명이시작되었다. 물론 조선에서도 조금씩 실용주의의 태동이 있었지만 변화를 원치 않는 조선의 정치 세력들에 의해 천주교 박해사건이 일어나고, 함께 들어온 서양의 신기술과 학문도 조선 땅에 안착하지 못했다. 아무튼 역사를 가정해보는 것은 부질없고 소비적이라 해도 가슴에 새겨볼 일이다.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이 출판된 1776년대를 서양 경제학이 태동한 원년으로 본다면, 같은 시대를 살다간 다산의 실사구시사상은 아담스미스의 이론을 뛰어넘는 실천적 경제론이라 할만하다.
오늘 필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시대를 잘못 만나 척박한 유배지로 쫓겨난 한 지성인의 삶이 아니라, 늘 사유와 성찰을 통해 각성하는 그의 실천 철학이다. 그것이 잔잔하지만 매우 혁명적이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 강한 국민이 결국은 물질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 일찍이 우리의 사상은 물질의 해체가 아니라 통합이며, 그것은 곧 융합이다.
● 우리는 이제 국제 사회의 큰 흐름을 읽고, 그것의 본질을 확보해야 한다.
꽃피는 봄을 지나 4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 낮밤을 노트북 앞에 앉아, 다산 정약용이 꿈꾸었던 240여 년 전의 실천 철학을 이해하고, 한 인간의 천재성과 인생 역정을 옮겨 적는 일은 나에게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많이 부족하고 흥미롭지 못한 글로 평가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이제 원고를 마감하려 한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고생해주신 도서출판 예신북스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신광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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