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내면서
이 책을 펴내기 전까지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한 나의 지식은 너무나 보잘것 없는 것이었다. 그 곳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역사가 시작되었고 나름의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다는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우리를 비롯한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뒤떨어진 지역이라는 편견도 없지 않았다. 터번과 차도르 등 몹시 거추장스럽게 보이는 복장, 비합리적일 것 같은 하루 다섯 차례의 예배, 일부다처제, 끊이지 않는 분쟁, 문맹률이 높은 사회 - 라는 등 많은 것들이 조금은 야만스럽고 비문화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책을 준비하면서 이러한 편견들이 하나 둘 깨져 갔다. 역사적 사실에만 그치지 않고 그곳의 기후와 풍토, 그리고 생활 조건과 문화의 관계를 흥미 있게 서술한 점도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벌거벗은 듯이 보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복장에는 부족의 전통이 살아 있고, 우선 옷을 입는 것 자체가 그들의 기후 조건에는 맞지 않는다. 옷을 입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잣대로 아프리카를 미개한 족속으로 치부해서는 결코 안된다.
알다시피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은 세계 최초의 문명 발상지 중 한 곳이다. 농경과 철기 문명을 전 세계에 퍼뜨려 세계 역사를 진보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동 · 서양의 문화 고류에도 크게 이마지하였다.
한 예로 서양의 유명한 의과대학에서는 의학자 이븐 시나의 저서를 교과서로 채택하였고, 한때는 이슬람 세계의 학문을 받아들인 사람은 선진적인 지식인으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또 신 앞에서 인간의 평등을 인정한 이슬람교는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기독교와 달리 발생 초기부터 다른 여러 종교와 공존해 왔다. 따라서 다양한 민족 구성과 종교적 배경하에서도 중동 지역은 평화로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땅을 탐욕스런 서구 제국주의 열강이 분열을 획책하여 꺼지지 않는 전쟁의 불씨를 만들었다. 그 불씨의 하나가 인위적으로 만든 나라 이스라엘이다. 근래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모든 중동 문제는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편 이슬람교는 매우 혁명적인 종교였다. 이슬람교도는 선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먼저 각자 선한 사람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지배자가 정치를 잘못하면 그 지배하의 백성들까지 약해진다고 믿어 이슬람교도들은 신의 선한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떨쳐 일어났다. 이 같은 혁명적 전통은 이미 수세기 전부터 이어 왔고, 19세기에 들어 서구 열강의 침략이 본격화 되자 중동 각지에서 민중의 저항 운동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아야 비로소 현재의 중동을 이해할 수 있다.
이미 8천 년 전 농경을 시작한 아프리카 역시 고유의 역사화 문화, 전통을 유지해 왔다. 그 힘은 아프리카인들이 노예로 끌려간 아메리카의 발전에 있어서 농업 기술로나 풍부한 음악성으로, 또는 부의 원천인 노동력으로 이바지하였다. 아직도 채 밝혀지지 않은 찬란한 문명을 간직한 아프리카는 근대 이후 유럽 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검은 대륙'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끊임없는 항쟁으로 제2차 세계 대전 후 대부분 독립을 이룩하였다. 오늘에 이르러서는 세계 역사의 진보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도약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동안 서구 열강 중심의 역사 인식 속에서 다소 소홀히 해온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올바른 세계관을 형성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19세기 이후의 현대사는 세계사의 모순이 드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 책을 세상에 소개하게 되어 기쁘고, 애써주신 도서출판 예신 편집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옮 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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